작성자 : 김종설 목사

작성일 : 2021.10.16 / 조회수 : 1,676

가족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야곱이 이르되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내가 형님의 눈앞에서 은혜를 입었사오면 청하건대 내 손에서 이 예물을 받으소서 내가 형님의 얼굴을 뵈온즉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사오며 형님도 나를 기뻐하심이니이다 하나님이 내게 은혜를 베푸셨고 내 소유도 족하오니 청하건대 내가 형님께 드리는 예물을 받으소서 하고 그에게 강권하매 받으니라”(창 33:10-11)

야곱은 왜 에서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다고 했을까? 형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것은 아닐까? 10절과 11절에 ‘예물’이란 단어가 두 번 반복되는데 원어를 보면 첫 번째 예물은 ‘선물’이란 뜻인 반면, 두 번째 예물은 축복(blessing)이란 뜻이다. 야곱이 지금 형 에서에게서 빼앗았던 축복을 다시 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야곱이 진짜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에서의 얼굴에서 하나님 얼굴을 본다는 야곱의 고백은 아첨이나 입에 발린 아부성 발언이 아닌 진심이다. 에서는 야곱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지만 지금 야곱이 보고 있는 에서의 얼굴은 지난날의 분노와 증오, 살의가 다 사라진 얼굴이다. 오히려 허벅지 뼈가 다쳐서 절뚝거리는 동생을 측은히 여기는 긍휼함의 얼굴이다. 마치 누가복음 15장의 돌아온 탕자를 안고 입 맞추고 금가락지를 끼우는 아버지의 얼굴인 것이다. 돌아온 탕자 비유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하나님 아버지다. 지난날의 잘못을 들추고 따지는 아버지가 아닌 허물을 덮어주고 무조건 용서해 주시는 아버지다. 이처럼 용서는 하나님의 본성이며 성품이다. 이런 면에서 지금 용서하는 에서의 얼굴은 하나님의 얼굴인 것이다.

하나 더 생각해 볼 것은 야곱이 전날 얍복강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먼저 보았기에 에서의 얼굴에서도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은 마음에 가득 찬 것을 입으로 말하기 마련이다. 야곱이 얍복강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뵙고 나니까 그 마음 안에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대신 하나님으로 채워졌다. 자신의 마음이 하나님으로 충만해지니까 에서의 얼굴에서도 하나님이 보인 것이다. 특별히 가까운 가족은 나의 거울이다. 일거수일투족 나의 모든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바로 배우자이고 가족이다. 이 말은 배우자가 지금 짜증을 내는 건 배우자가 아닌 내가 짜증을 내고 있다는 것이며 또 자녀들이 웃고 있으면 그건 내가 웃기 때문이고, 아이들 얼굴이 찡그러져 있으면 내가 찡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배우자도 자녀도 아닌 바로 내가 문제다. 내가 날마다 기도와 말씀의 자리인 브니엘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은혜를 경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배우자와 자녀의 얼굴에서도 하나님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