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종설 목사

작성일 : 2021.07.17 / 조회수 : 1,688

값을 치른 이유

“아브라함이 에브론의 말을 따라 에브론이 헷 족속이 듣는 데서 말한 대로 상인이 통용하는 은 사백 세겔을 달아 에브론에게 주었더니 마므레 앞 막벨라에 있는 에브론의 밭 곧 그 밭과 거기에 속한 굴과 그 밭과 그 주위에 둘린 모든 나무가 성 문에 들어온 모든 헷 족속이 보는 데서 아브라함의 소유로 확정된지라”(창 23:16-18)

 사라의 매장지로 헷 사람 에브론이 부른 값은 은 사백 세겔이었다. 후대에 다윗이 성소 부지로 매입한 가격이 은 오십 세겔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는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성전터보다 여덟 배나 더 불렀으니 엄청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값을 흥정하거나 깍지 않고 제값을 다 지불했다. 그가 아내 사라의 매장지를 위해 왜 이렇게 큰돈을 지불한 것일까? 헷 족속이 베푼 호의를 받아들여 땅을 거저 받았어도 되었을 텐데, 왜 굳이 큰 값을 치른 것일까? 거저 받았을 경우 나중에 헷 사람이 변심해 소유권을 주장하며 돌려달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값을 치른 또 하나의 이유는 가나안 땅의 극히 일부를 차지함으로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믿음의 행동을 보인 것이다. 발로 밟는 모든 가나안 땅을 아브라함에게 주시겠다는 약속을 이루실 줄을 믿고 땅을 산 것이다. 아브라함의 이 믿음은 4대가 지나며 현실이 되었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차지했고, 사라의 매장지였던 헤브론은 이후 다윗의 대관식이 이루어고 통일왕국의 첫 수도이자 여호와 신앙의 중심지가 되었다.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 일부를 얻기 위해 큰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이 도전을 준다. 하나님을 모르는 자들의 삶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게 하려면 우리 역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공짜는 없다. 아브라함처럼 손해 보는 장사를 해야 한다. 영혼 구원을 위해 시간과 물질을 쏟는 것을 세상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한 영혼이 복음을 듣고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게 하기 위해대가를 치러야 한다. 찬송가 311장 “내 너를 위하여”의 후렴구가, “널 위해 몸을 주건만 너 무엇 주느냐? 내 몸을 희생 했건만 너 무엇 하느냐, 네 죄를 대속 했건만 너 무엇 하느냐?” 4절은 “이것이 귀중 하건만 너 무엇 주느냐”이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대가를 전부 치르셨다. “다 이루었다”는 헬라어 ‘테텔레스타이’는 “값을 지불했다”는 뜻이다. 주님이 우리의 죗값을 다 지불하셨기에 더 이상 치를 값이 없다. 이제는 우리가 값을 치를 차례다. 아브라함처럼 믿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값을 치를 때 지금 이곳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