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종설 목사

작성일 : 2021.04.24 / 조회수 : 2,077

바벨탑을 쌓은 이유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창 11:4)

인간들은 바벨에 탑을 세웠는데, 이는 홍수 후 겨우 100년이 지난 때였다. 짧은 시간 안에 인간들은 다시 홍수 이전 죄악의 상태로 되돌아가버린 것이다. 홍수심판이 인간의 근원적인 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구원의 참 방주되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소망이 되심을 보여준다. 인간들이 탑을 하늘 꼭대기까지 쌓은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자신들의 이름을 내고, 흩어짐을 면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이름을 낸다”는 것은 이름을 자랑한다는 뜻도 있지만, 원어적 의미는 “스스로 이름을 짓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모든 동물들의 이름을 짓는 일을 맡기셨다. 이름을 지음으로 아담이 모든 짐승들의 주권과 지배권을 가진 하나님의 대리통치자임을 알리신 것이다. 바벨에서 인간들이 탑을 쌓으면서 우리 이름을 내자, 즉 스스로 이름을 짓자고 한 것은 자신들이 하나님 대신 땅의 지배자와 주권자로 되기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하나님 없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고,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데 왜 굳이 하나님 의지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탑을 쌓은 두 번째 이유는 흩어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함께 모여 살자는 것이 뭐가 문제일까 싶은데, 이는 인간을 지으신 후에 땅에 충만하고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창 1:28)는 하나님의 명령과 배치되는 일이었다. 땅에 충만하려면 땅의 구석구석으로 흩어져야 했다. 그렇게 온 지구상에 흩어져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를 잘 섬기고 돌보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이런 사명에는 관심이 없이 자기들만을 위한 도시를 건설했다. 오늘도 세상은 자기만을 위한 ‘성공’이란 탑을 부지런히 쌓아 올리고 있다. 그 꼭대기에 올라 자기의 이름을 내고자 하지만, 인생의 참 만족은 그곳에 있지 않다.

이번에 어려운 이웃에게 부활절 감사헌금을 흘려보낸 것은 세상을 돌보고 섬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교회가 작은 것을 흘려보냈는데, 오히려 더 큰 만족과 은혜를 얻었다. 설립 4주년을 맞아 배곧영동교회가 우리만의 탑을 쌓고 이름을 내는 교회가 아닌, 세상으로 흩어지는 교회, 세상을 살뜰히 돌보고 섬기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