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종설 목사

작성일 : 2021.04.10 / 조회수 : 2,023

부활의 삶을 살라

홍수 이후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포도주를 마시고 그의 장막에서 벌거벗고 잠이 들었다. 술에 취해 실수한 것은 맞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을 본 아들 함의 반응이었다. 함이 그의 아버지의 벌거벗음을 보고 밖으로 나가 그의 두 형제에게 알린 것이다. 아버지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았다면 옷이나 담요로 바로 덮어드렸어야 하는데, 그걸 알린 것이다. 여기 ‘보다’라는 히브리어는 ‘라하’인데, 잠시 본 것이 아니라 계속 감상했다는 뜻이다. 또 밖으로 나와 이 사실을 형제들에게 알렸는데, ‘알리다’는 히브리어도 “폭로하다, 떠벌리다”는 뜻이다. 반면 셈과 야벳은 옷을 가져다가 뒷걸음질 쳐서 아버지의 하체를 덮어드렸다.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수치와 허물을 가려주고 덮은 반면, 함은 들추어내고 떠벌린 것이다. 노아는 홍수 후에 350년을 더 살았다. 그 350년 동안 노아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 왜 하필 그 많은 이야기를 제쳐두고 노아의 부끄러운 실수를 기록했을까?

홍수 이후 새 삶을 얻은 인간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즉 홍수 전에는 서로의 허물을 들춰내고 정죄하고 서로 죽이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 홍수 후에는 허물을 가려주고 덮어주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할까? 홍수 후에 인간에게 새 생명을 주신 하나님이 그런 성품을 지니셨기 때문이다. 창세기 3장에서 하나님은 범죄한 아담과 하와에게 비록 심판을 선언하셨지만, 가죽옷을 지어 그들의 수치를 가려주셨다. 또 인간이 홍수심판을 받았지만, 홍수 후 먹거리를 구하기 힘들 걸 배려해 육식을 허락하셨다. 또 아름다운 무지개를 언약의 증표로 굳이 주심으로 비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안심하게 하셨다. 그렇기에 이런 용서와 은혜를 입은 인간들도 새로운 땅에서 남의 허물을 떠벌리고 들추지 말고 허물을 덮어주고 가려주며,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하며 살라는 것이다.

홍수 이후 한시적 생명을 얻은 인간도 이렇게 허물을 덮어주고 가려주는 자로 살아야 했다면, 예수님의 부활로 인해 영원한 새 생명을 얻은 우리는 두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바울은 에베소와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권면했다.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엡 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