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종설 목사

작성일 : 2020.06.05 / 조회수 : 2,342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_김종설 목사

 유월절을 앞두고 성전은 예수님의 등장으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제사용 비둘기들의 퍼덕거림과 짤랑거리며 바닥으로 쏟아진 세겔 동전들, 노끈 채찍에 맞아 이리저리 날뛰는 짐승들로 인해 성전은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이내 소란이 잦아들었지만, 성전 상인들은 예수님의 충격적 행동에 몸이 굳어버렸습니다. 분주하게 돌아가던 성전의 기능이 갑자기 멈추어버린 것입니다. 제사로 정신없이 북적일 때는 보이지 않다가 예수님이 종교장사치들을 한 번 흔들어 버리시니까 모든 것이 멈추어버리면서 비로소 그곳이 장사하는 곳이 아니라 기도하는 장소였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한국사회 뿐 아니라, 한국교회도 멈추어버렸습니다. 주일예배, 주일학교 교육, 성경공부, 구역모임, 기도회 등 그동안 분주히 많은 걸 했었는데 갑자기 멈추어 버리니까 비로소 본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 당시 이방인의 뜰이 하나님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제사준비에 정신이 없었지만, 정작 그 장소의 본질인 기도를 잃어버렸던 것처럼, 그동안 한국교회가 하나님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열매 없이 껍데기만 붙잡고 북적였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마가복음은 성전정화사건의 앞뒤에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 제사 형식만 번지르르한 당시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입니다. 열매 맺지 못한 나무는 결국 다음날 뿌리째 말라버렸습니다. 끝까지 회개하지 않고 열매 맺지 못한 이스라엘 역시 얼마 못가 A.D. 70년 로마에 의해 멸망당했습니다. 

 신앙의 본질은 껍데기가 아니라 열매입니다. 요한복음 15장은 가지인 우리가 포도나무인 예수님께 붙어 있기만 하면 과실을 많이 맺는다고 약속합니다. 여기서 ‘붙어있다’는 것은 말씀 안에 거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예수님의 발 앞에 앉아 말씀을 들었던 마리아의 모습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마르다의 모습으로 너무도 분주하게 신앙생활 했습니다. 그래서 열매 없이 잎만 무성하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는 이때에 바뀌지 않는 신앙의 본질을 보는 눈이 열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