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살구나무 한 그루가 땅에 심겨졌습니다 . 나무는 농부가 풀도 뽑아주고 거름도 주면서 정성으로 키운 덕에 매일 매일 성장했습니다 . 어느 정도 자란 살구나무는 꿈을 가지게 되었는데 , 그것은 주인인 농부의 집에 있는 나무 중에서 가장 열매를 많이 맺는 나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 살구나무는 열매를 많이 맺어서 자기를 키워준 농부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습니다 .

그런데 어느 날 농부가 와서는 살구나무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 그날은 거름도 주지 않고 , 또 풀도 뽑아주지 않았습니다 . 대신에 살구나무의 가지를 휘어잡더니 이러 저리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 그러더니 갑자기 살구나무의 밑동을 도끼로 확 잘라 버렸습니다 . 살구나무는 깜짝 놀랐습니다 . 내가 열매를 맺지 못해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만 , 아직 열매 맺기에 이른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은 농부가 야속해지기 시작했습니다 .

살구나무의 본줄기를 통째로 잘라버린 농부는 나무를 들고 잔가지들을 쳐내기 시작했습니다 . 그러더니 살구나무를 통나무처럼 만들어 버렸습니다 . 그때 살구나무는 한 가닥 희망을 붙잡았는데 , 그것은 접붙이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 “ 아마도 주인이 나를 좀 더 좋은 나무의 뿌리에 접붙이기를 할 모양인가 봐 ”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농부는 살구나무의 껍질을 사정없이 벗겨냈습니다 . “ 껍질은 수분과 양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것마저 벗겨내면 나는 곧 말라버리고 말텐데 , 도대체 주인이 날 어쩌려고 이러는 걸까 ?”

그런데 거기에 더해 주인은 그 살구나무를 햇빛에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 햇빛에 이리 저리 뒤집으면서 완전히 수분을 다 말려버린 것입니다 . 그는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살구나무가 많은 열매를 맺겠다는 꿈은 이제 완전히 끝나버린 것입니다 .

햇빛에 살구나무가 바싹 말라진 후에 농부는 나무를 좀 더 다듬더니 이내 살구나무를 의지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 살구나무는 지팡이로 쓰이기 위해 농부가 잘라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 비록 많은 열매를 맺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 나이 많은 농부의 손에서 항상 떠나지 않으면서 주인인 농부를 지탱해 준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뿌듯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런데 어느 날 농부는 자기를 짚고 분위기가 삭막한 어떤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 모임을 진행하던 농부는 갑자기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지팡이인 살구나무를 칼로 파내기 시작했습니다 . 칼로 도려내는 아픔은 컸습니다 . 그런데 농부는 칼로 살구나무에 농부의 이름을 쓴 것입니다 . 그 이름은 ‘ 아론 ’ 이었습니다 . 살구나무는 자신의 주인이 바로 아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

이윽고 주인은 살구나무를 테이블 가운데로 집어 던져 내동댕이 쳐버렸고 거기에 있던 열두 명의 사람들도 똑같이 지팡이를 가운데로 던져버렸습니다 . 순간 살구나무 지팡이는 , 이렇게 묶여져서 이제 아궁이의 땔감으로 전락되는구나 . 내 인생도 여기서 끝나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

던져진 나무들은 한 사람이 다 모아 묶더니 어두컴컴한 휘장이 쳐진 뒤편으로 던져졌습니다 . “ 이제 끝났구나 .” 저녁이 되면서 살구나무는 자기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어린 시절 열심히 자라려고 했던 시간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 너무 서글프고 힘들었습니다 . 그날 밤 살구나무는 자신의 인생이 너무 가련하고 불쌍해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 그런데 갑자기 수분이 몸에서 차오르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 또한 양분이 자기 몸속에서 흘러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 그러더니 한 가지가 나무의 몸체에서 뻗어 나와 잎을 맺고 꽃을 피우고 순식간에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 첫 번째 꽃이 피고 열매가 맺더니 두 번째 , 세 번째 이어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

이 이야기는 “ 아론의 싹 난 지팡이 ” 의 이야기를 의인화해서 꾸민 이야기입니다 . 우리 역시 이 살구나무처럼 순간순간 삶을 속단한 적이 많습니다 . 하루아침에 밑동이 잘려버렸다고 , 또 껍질이 벗겨지고 , 다 말라 비틀어졌다고 . 그러나 우리의 삶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시며 , 하나님의 계획은 놀랍고 선하시다는 것을 붙드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