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종설 목사

작성일 : 2022.06.11 / 조회수 : 1,221

아몬드 나무의 꿈

 아주 먼 옛날에 아몬드나무 한 그루가 땅에 심겨졌다. 나무는 주인이 정성으로 키운 덕에 매일 매일 성장했고 주인의 집에서 가장 열매를 많이 맺는 나무가 되는 꿈을 꾸었다. 열매를 많이 맺어서 자기를 키워준 주인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주인이 와서 아몬드나무를 살피기 시작하더니 가지를 휘어잡아 밑동을 도끼로 확 잘라 버렸다. 아몬드나무는 깜짝 놀랐다. 내가 열매를 맺지 못해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만, 아직 열매 맺기에 이른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은 주인이 오히려 야속해졌다. 이내 주인은 나무를 들고 잔가지들을 쳐내기 시작하더니 자신을 통나무처럼 만들었다. 아몬드나무는 한 가닥 희망을 붙잡았다. “아마도 주인이 나를 좀 더 좋은 나무의 뿌리에 접붙이기를 할 모양인가 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주인은 살구나무의 껍질을 사정없이 벗겨냈다. “껍질이 없으면 수분과 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어 곧 말라버릴 텐데, 도대체 주인이 날 어쩌려고 이러는 것일까?” 이어 주인은 아몬드나무를 햇빛에 말리기 시작했다. 햇빛에 이리 저리 뒤집으면서 완전히 수분을 다 말려버렸다. 나무는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열매를 맺겠다는 꿈은 이제 완전히 끝나버렸다.  

 햇빛에 아몬드나무가 바싹 말라진 후에 주인은 나무를 좀 더 다듬더니 이내 나무에 의지해서 걷기 시작했다. 나무는 자신을 지팡이로 쓰기 위해 주인이 잘라냈음을 알게 됐다. 비록 많은 열매를 맺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나이 많은 주인의 손에서 항상 떠나지 않으면서 주인을 지탱해 준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뿌듯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인은 지팡이인 자기를 짚고 분위기가 삭막한 어떤 모임에 참석했다. 모임을 진행하던 주인은 갑자기 지팡이를 칼로 파내기 시작하더니 주인의 이름을 새겼다. 그 이름은 ‘아론’이었다. 이윽고 주인은 아몬드나무를 테이블 가운데로 집어 던져 내동댕이 쳐버렸고 거기에 있던 열두 명의 사람들도 똑같이 지팡이를 가운데로 던졌다. 던져진 나무들은 한 사람이 다 모아 묶더니 어두컴컴한 휘장이 쳐진 뒤편으로 던져졌다. “이제 끝났구나. 이렇게 땔감으로 사라지는구나.” 아몬드나무는 자기가 이루고자 했던 꿈을 생각하니 너무 서글프고 힘들었다. 그날 밤 나무는 자신의 인생이 가련하고 불쌍해서 울고 또 울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분이 몸에서 차오르기 시작했다. 또한 양분이 자기 몸속에서 흘러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한 가지가 나무의 몸체에서 뻗어 나와 잎을 내고 꽃을 피우더니 순식간에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론의 싹 난 지팡이”를 의인화해서 꾸민 이야기다. 절망한 아몬드나무가 던져진 곳이 어두운 지성소였던 것처럼, 우리의 꿈이 무너지고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가 하나님께서 우리와 가장 가까이 계시는 때다. 하나님이 끝내시지 않았다면 아직 내 인생은 끝난 것이 아님을 기억하며 삶을 쉽게 속단하고 절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