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종설 목사

작성일 : 2022.01.22 / 조회수 : 1,539

광야로 나아가라

“아이가 자라며 심령이 강하여지며 이스라엘에게 나타나는 날까지 빈들에 있으니라”(눅 1:80)

세례요한은 제사장 가문이었지만 빈들에서 자랐습니다. 빈들은 헬라어로 ‘에레모’라는 단어인데 광야를 뜻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에 있어야 할 자가 광야에서 자란 것입니다. 당시 성전은 타락과 부패의 중심이었습니다. 예수님도 성전 뜰에서 장사하는 자들을 두 번씩이나 내쫓으셨는데, 대제사장과 결탁한 성전 상권을 쥔 자들이 취한 폭리에 분노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성전에 하나님의 말씀은 들리지 않았고, 오직 욕망에 사로잡힌 자들의 소리와 돈에 눈이 먼 장사치들의 소리만 난무했습니다. 하나님은 세례요한을 그런 성전이 아닌 광야로 이끄셨습니다.

광야를 히브리어로 ‘미드바르’라고 합니다. ‘다바르’는 ‘말하다’인데, 이 단어에 부정을 뜻하는 ‘멤’이 붙어서 “말하지 않다, 침묵하다”의 뜻이 됩니다. 그러니까 미드바르(광야)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만이 흐르는 장소입니다. 사람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기에 하나님의 음성을 더 또렷하게 들을 수 있는 곳, 그곳이 세례요한의 광야였습니다.

헨리 나우웬은 “하나님 하고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따로 마련하는 것이 광야의 영성이다”고 했습니다. 아빌라의 테레사는 “당신이 홀로 있으면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고 했고, 파스칼은 “인간이 불행한 단 한 가지 이유는 그가 조용히 자신의 방에서 지내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고 했습니다. 교회를 다니지만 여전히 영적 목마름이 있는 이유가 나만의 광야를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세례요한처럼 심령이 강하지 못한 이유, 삶에 기쁨이 사라지고 힘겹고 고달픈 이유가 다른 것에 있지 않고 하나님과 홀로 보내는 광야의 시간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영어에 고독이란 단어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loneliness와 solitude입니다. 두 단어 모두 외로움, 고독, 쓸쓸함이란 뜻이지만  solitude는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내가 의도적으로 고독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매일 하나님나라 QT로 묵상하는 시간, 새벽기도에서 잠잠히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이 solitude의 시간입니다. 예수님은 바쁜 사역의 일과 중에도 밤이 늦도록 기도하셨고 새벽미명에도 solitude의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새해 교회가 영적 자라감을 목표로 세웠는데, 나만의 광야시간을 꼭 마련하여 예수님에게까지 자라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