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종설 목사

작성일 : 2021.05.29 / 조회수 : 1,831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여호와의 사자가 광야의 샘물 곁 곧 술 길 샘 곁에서 그를 만나 이르되 사래의 여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그가 이르되 나는 내 여주인 사래를 피하여 도망하나이다”(창 16:7-8)

 여주인 사래의 학대로 집을 뛰쳐나온 하갈을 하나님(여호와의 사자)께서 친히 만나주셨다. 하갈이 하나님을 만난 장소는 광야의 술 길 샘 곁인데, 이곳은 애굽으로 내려가는 길목이었다. 하갈은 애굽 사람이었기에 아마도 집으로 가고자 했을 것이다. 하나님은 하갈에게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셨다.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이는 하나님께서 몰라서 묻는 질문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범죄한 아담에게도 “네가 어디 있느냐”라는 똑같은 질문을 던지셨는데, 이는 네가 왜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났느냐는 질문이었다. 성경에 쓰인 ‘죄’라는 단어는 대부분 헬라어 ‘하마르티아’이다. 이는 ‘과녁을 벗어나다’는 뜻이다.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꽂혀야 하는데 그걸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야 할 아담이 그 관계를 벗어난 것이 죄이고, 복의 근원인 아브람과 사래의 가정에 있어야 할 하갈이 그곳을 벗어난 것이 죄이다.

 하나님의 질문에 하갈은 여주인 사래를 피해 도망한다고 했다.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답은 했지만, 어디로 가는지는 답을 하지 못했다. 딱히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나면 인생은 계속 광야에서 방황만 할 뿐이다. 누가복음 15장에 집나간 탕자가 처음에는 아버지 유산으로 잘 살 것 같았지만, 결국 아버지를 떠난 그의 삶은 돼지보다 못한 고통스런 삶이었다. 탕자가 용기를 내어 아버지께로 돌아갔을 때 비로소 아들로서의 삶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듯이 하나님께로 돌아갈 때 인생도 회복이 일어난다. 공교롭게도 하갈의 이름이 ‘도망’이란 뜻이 있다. 우리도 늘 있는 곳에서 도망가려고 한다. 두려워서, 감당할 수 없어서, 하갈처럼 견딜 수 없어서 도망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망 가봤자, 하갈처럼 갈 곳이 없다. 인생 광야를 방황만 할 뿐이다. 방법은 하갈처럼 나를 찾아오셔서 살피시는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을 만날 때 다시 돌아갈 힘을 얻게 된다. 다시 사명을 감당할 용기가 생긴다. 상황은 여전히 바뀌지 않는데, 이전과 다른 세계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